생각

가족, 가정의 개념에 대하여...

dirtybit 2007. 11. 1. 18:29

1. 예전에 제가 어렸을때 TV에서 그려지던 '보통'이라고 얘기되는 '평범한'가정의 모습은 아버지가 출근해서 돈벌어오고 어머니가 집에서 살림하고 애들 돌보는 모습이었습니다.  꽤나 나이를 들어서 까지 그런 모습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고, 그런 모습으로 사는게 참 행복한것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런 '평범한' 가족들은 의외로 찾기 힘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 외로 그렇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사는 가정이 드물더군요. 모두들 보기에는 일반 가정처럼 보이는 것 같으나, 다른 친척들과 의절하고 사는 가정들에서 부터, 사별, 이혼, 그리고 배다른 형제,자매들 등등 참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가정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배우자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헤어진 이후 새로운 분들을 만나서 새로운 좋은 가정을 꾸미고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구요.


2.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그렇게 '평범한'가정이 아닌 가정에서 자라나거나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보는 것 처럼 문제가 있거나 엇나가거나 하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라는 점입니다. 수치상으로 많기 때문에 많아보이는 것이지 실제 비율로 보면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가정과 비슷한 수준이 될 듯 합니다.(물론, 전혀 과학적이나 산술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경험상의 숫자일 뿐입니다 ^^) 그러므로, 어느 정도 가정환경 '때문에' 그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기 보다는 '가정환경도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을테지만 원인은 다른곳에 있다' 정도로 봐주는 것이 좀더 유연한 사회를 구성하는데 바람직한 시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때 그 사람의 주변을 캐보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어떠한 것이든 가정사의 약점이 발견되고 그런 내용들이 크게 부각되어 '평범하지 못한 가정' = '범죄자를 유발하는 가정'의 공식이 은연중에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


3. 보통, 가정이라고 하면 부부와 그 부부로 인해 생긴 혈연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남녀가 만나고, 사랑을 하고, 결혼해서 자녀들을 낳고... 그렇게 해서 가정이라는 개념이 생기는 듯 한데, 문제는 점점 '평범'하지 못한 가정들이 생기면서 이런 가정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게 됩니다. 배우자 중에 한명과 어떠한 방식으로든(사별 혹은 이혼) 헤어진 이후 새로운 분을 만나서 그분의 자녀들과 기존의 자녀들이 자연스레 섞여서 하나의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게 되는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경우로 입양을 통해서 자녀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겠구요, 자녀 없이 부부두사람만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보통 이런경우 동물도 함께 가족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런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모두 가족이고 가정이라고 현실적 인식은 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인식과 사회적인 인식의 틈이 서서히 매꾸어지고는 있는듯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그 인식의 중간에 끼인분들을 보면 은근히 힘들어 하시는 것을 간간히 목격할 수 있습니다.


4. 저는 이런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이런 분야에 대해서 공부한 적도 없지만, 무엇이 혈연관계도 없고 남들과 다름 없는 사람들을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고, 가정을 이루게 되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사랑'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부족한게 자녀들의 경우 전혀 사랑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강제로 가족에 편입당한것과 마찬가지 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족'이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우리 사회도 가족의 범위라던지 개념에 대해서 좀더 넓고 유연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할 듯 합니다. 단지 혈연관계에 엮인 옛날 TV속에서나 존재하는 '평범'한 가정의 개념 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도 인정해주고 자연스럽고 '평범'한것으로 생각해 주는 모습이 필요할 듯 합니다.


5. 예전에 대학다닐때 '한철학'을 주장하시던 김상일교수님의 철학 수업을 2학기 동안 교양으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카오스 및 동양철학 등에 내용을 꽤나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셔서 꽤 즐기면서 수업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레포트만 아니었다면 더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 분의 수업을 듣다가 불쑥 튀어나온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는 가족제도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의 병폐를 없애기 위해선 가족제도의 해체 및 공동 출산(시험관아기 및 체외수정 등을 말하시는듯) 및 공동 육아 등도 생각해 봐야 한다' 라는 꽤나 급진적이면서 충격적인 말씀도 하셨던것이 언듯 기억나긴 합니다 ( -_-); 아무리 곱씹어 봐도 충격적이긴 한데요, 저런 말씀을 하신 이유가 뭐 나름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 모두가 '가족'이 되면 결국 '가족'이란 개념이 없어지고 '우리집','내자녀','내가족' 등에 대한 극단적인 이기주의 및 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충격적이긴 합니다 -_-;;; 뭐, 아주 진지하게 실천하시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