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저 산이 아닌 것이다

dirtybit 2011. 4. 22. 01:51
어느날 한 노인이 아이에게 물었다.
"저 앞에 산이 보이느냐? 그 산을 보니 어떠한 동물들이 살거 같으냐?"

아이는 눈앞에 보이는 산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대답했다.
"저 앞에 산을 보니 산이 라고는 하나 봉우리는 높지 않고, 그 골은 평지보다 깊으니 과히 좋은 산의 형상이라고 말하기어렵겠습니다. 저런 산은 봉우리가 낮아 오르기도 쉬워 산 곳곳에 있는 작은 동물들도 쉽게 보여 사냥꾼들에게 잡히기 쉬우며 그 골도 깊기 때문에 도망다니기도 어려운 형상입니다.

산의 봉우리가 낮다는 것은 그 덕이 얕은 것을 말하며 덕이 얕은 산의 나무는 스스로 자생하지 않고 보통 외지에서 억지로 심어주어 키우게 됩니다. 이런 나무들은 높고 곧게 자라지 아니하여 낮고 구불구불하게 자라게 됩니다. 그 뿌리또한 땅에 깊이 박히지 못하고 땅에 드러나며 이 또한 구불구불하게 땅 위에 드러나게 됩니다.

산의 나무가 이런 형국이니 큰 동물들은 그 왕래가 어려워 이 산에 살지 못하며, 산다고 해도 낮은 나무와 울퉁불퉁한 땅모양에 맞추어 그 형태가 다른이가 보기에 기이하거나 우스운 모양이 되기 십상입니다. 작은 동물들도 이러한 형세라 크게 자라지 못하고 결국 산을 떠나거나 위에서 말한 기이하거나 우스운 모양으로 근근히 살아가는게 보통입니다.

또한 산의 덕이 얕고 나무와 뿌리들 때문에 숲에 들어가면 한치앞도 분간하기 어려워, 앞에 무엇이 있을지 사냥꾼이 있을지 덫이 있을지 알지 못하여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동물도 조심 조심 걸어다녀야 하며, 높은 나무 위에 돌아다닐 수 있는 동물들도 낮은 나무에서 위태롭게 조심조심 다녀야 합니다. 멀리 볼 수 있는 동물들도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산세 때문에 한치 앞만 바라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이렇듯 각 장기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의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산세이니 그 덕이 얕고 안좋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산을 왕래하는 나그내들도 그 앞길을 분간하기 어려워 앞으로 얼마나 가야 오늘 갈만큼 갔는지, 얼마나 가야 쉴만한 장소가 있는지 알지 못해 늦도록, 지치도록 숲속을 헤매게 됩니다. 결국 많은 나그내들은 그 산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밤새 헛고생으로 헤매이거나 산을 떠날 수 있는 길만 찾아 헤매이게 됩니다. 거기다가 갑자기 눈앞에 불쑥 불쑥 나타나는 여러 골짜기와 언덕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더더욱 헤매이는 상황이 됩니다.

산의 형국이 이런 모양이니 큰 동물이던 작은 동물이던 움직일 다리가 있고 날라갈 수있는 날개가 있다면 다른 산으로 가는 것이 더 크고 좋은 모양의 동물이 될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노인이 감탄하며 말했다.
"네 안목이 실로 감탄스럽구나!!! 네 말이 모두 맞다. 그러니 저 산은 아닌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