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ydoll님의 버스 승객은 짐짝이 아닙니다 라는 글에 대한 트랙백입니다.
저도 사람을 짐짝 취급하는 버스에 대해서 대단히 싫어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주변에 버스를 운전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셔서 그 분들의 얘기도 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트랙백을 달아놓습니다.
(저도 직접적으로 버스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떻다라는 것은 확실하게 모르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들을 바탕으로 부족하게나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난폭운전
(저도 난폭운전은 대단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
난폭운전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시간이 문제일 것입니다. 각 정류장에 서야 하는 배차시간과 앞 뒤차와의 간격조정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많이 서둘게 되고, 이게 결국은 난폭운전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배차 시간과 간격은 운영하는 쪽에서 대단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고, 고객들도 대단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 시간에 맟춰서 움직이지 않으면 개인에게 주어지는 인사상의 불이익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배차 시간과 간격이 현실의 교통상황을 반영하고 나온 것이 아니라 그냥 책상머리에서 주먹구구로 나왔다는 것이 문제가 있겠죠. 그러다 보니 교통체증 및 불의의 사고 등등으로 버스 배차 간격은 벌어지게 되고(혹은 줄어들게 되고) 그 시간을 매꾸다 보니 버스 기사분들께선 서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한바퀴 돌고 오면 다음 배차시까지 잠시 쉬는시간이 있는데 - 이 시간을 이용해서 커피 한잔을 한다던지, 화장실을 이용한다던지, 경우에 따라선 식사도 하십니다 - 배차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들어오자 마자 다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합니다. 보통 약간 긴 노선 같은 것이 한바퀴 돌려면 3시간 정도 인데, 쉬지 않고 돌려면 매우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경우에 따라선 노선 문제로 위험하게 운전할 수 밖에 없는 구간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중앙 차로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교통량이 많다던지 중앙차로에서 우회전 으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적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위험하게 운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죠.(대표적인 예가 모래내 방면에서 동교동 로타리쪽으로 가는 연희입체교차로가 있습니다. 모래내 방면에서 연희입체교차로를 직진해서 연대앞으로 가는 것은 괜찮은데, 우회전해서 동교동 로타리로 빠지는 경우 매우 위험했었죠. 지금은 우회전 할 버스는 우측 차선으로만 다니도록 개선된 상태입니다)
2. 불친절, 재촉
이런 점들은 정말 시내 버스 기사님들께서 반성해야 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특히 불친절한 경우는 정말 짜증이 나더군요. 그런데 승객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출발한다던지 급하게 재촉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외에도 몇가지 이유도 같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말할것도 없이 배차간격 및 시간때문이겠죠. 어떨때는 그냥 안서고 달려도 시간에 못맞출 정도로 늦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일부 승객들도 문제입니다. 저도 몇번 진짜 친절하고 승객 다 자리 잡을때 까지 기다리는 그런 친절하신 분들의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요, 그럴때 마다 꼭 뭐라고 하는 분들(이라고 쓰고 놈들이라고 읽습니다)이 있습니다. 자기는 급한데 너무 천천히 간다는 거죠. 일부러 천천히 간다는둥 하면서 시비거는 경우도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버스가 많은 버스정류장의 경우 다른 버스가 밀고 들어온답니다 -_-);
다른 버스들도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서 정류장에 언넝 정차한 이후 가야 하기 때문이죠.
몇몇 분들께서 버스회사가 공영화가 되어서 이제 버스기사들은 준 공무원의 지위를 인정받고 월급도 올랐다고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뭐 처우등은 각각의 회사에 따라 다를 수가 있으니 제가 본 경우만 말씀드리면 별로 좋아진거 없습니다.
오히려, 임금같은 경우는 좀 내려간 부분도 있구요. 근무환경의 경우에도 별반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근무 시간의 경우도 보통 몇시차에 맟춰서 차고쪽으로 운전하러 가시며, 시간에 맟게 몇 바퀴 돌고 퇴근하시는 것입니다. 이때 배차시간이 늘어지게 되는 경우는 그만큼 퇴근도 늦어지겠죠. 보통 새벽에 3시반에서 4시정도에 나가면 오후 1시쯤이면 퇴근인듯 하구요, 오후에 나가게 되는 경우 배차순서에 따라(오후 약간 늦게 나가게 되는 순번등이 되면) 이르면 11시경, 늦으면 새벽 1시 넘어서 퇴근 하게 됩니다.(버스 막차 시간을 생각하심 될겁니다) 문제는 이 순번이라는 것이 계속 도는 것이라 어느정도 규칙성은 있지만 계속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리듬 맞추기도 힘들고 몸에도 안좋다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전에는 없었는데 주말 등에는 전일제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고객이 많지 않은 노선에 대해선 낮시간에 거의 한두대 정도만 운행을 하도록 하는데, 그런 노선에 배정되어서 새벽에 나가서 밤까지 돌고 퇴근하는 것이지요. 배차간격이 크기 때문에 오전에 돌고 낮에 한두번만 돌고 쉬고 오후랑 밤에 같은 사람이 계속 도는 것이죠. 일이 힘든것 보다도 워낙에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되는 것이라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버스 회사에 운영자금을 제공하고 버스회사에서 돈을 지급하는 형식이라 중간에 버스회사에서 돈을 안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몇번 보너스를 못받고 밀린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뭐 가끔 술먹고 기사님들에게 폭행을 가한다던지 시비를 거는 손님들(
어떤 분이라도 사고를 내기 위해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분은 없으실 것일 것입니다. 우리에겐 잠시 타고 내리는 버스이지만 그분들에게는 사무실이며, 회사이고,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타는 버스의 특성상 사고가 한번 나게 되면 많은 사람이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승객들을 짐짝 취급을 하는 버스 기사분들도 분명 문제가 있고 잘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그러시는 것도 아니고 그분들도 저런 시스템적인 어려움 속에서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좀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 올려봅니다
p.s 저도 뭐 제가 직접 경험한것이 아니라 들은 얘기들이라 다소 부정확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