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결혼하는 후배들을 위한 몇가지 조언

dirtybit 2009. 4. 17. 17:45

몇일 후 친한 후배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올 여름이나 가을쯤되면 또 다른 후배도 결혼을 합니다. 아무래도 그냥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하는 것보다는 몇년이라도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경험적으로 느낀 것이랄까, 스스로의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이 후배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몇자 끄적여 봅니다. 저보다 결혼생활을 더 오래 하시고, 더 성공적으로 하신 분들도 많으시리라고 생각하지만, 그저 후배를 위한 선배의 작은 관심이자 사랑이라고 생각하시고 주제 넘더라도 너그러이 양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들어가는말
그리 길지 않지만 제가 결혼을 해서 생활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결혼해서 생활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기 이전 보다 훨씬 신경 쓸 것도 많아지고, 제약도 많아지며, 대소사 챙길 것도 많아지고, 자녀 문제도 신경 써야 하고 어른 분들도 아무래도 결혼 이전 보다 챙겨야 하고 등등... 그런 생활을 하면서 이것 저것 더 추가해서 신경 쓰라고 조언 하는 것이 어쩌면 괜한 잔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래의 몇가지 내용은 한번쯤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생활하면 그나마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자신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혼 초기에 신혼 때는 정말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가게 됩니다. 아무래도 혼자 몸만 챙기는 것에 비해서 두배 이상의 챙길 일과 약속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게 되면 어느덧 신혼은 지나고, 옆에 있는 사람은 시들해지고, 결국 자식보고 산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곰곰히 뒤돌아 보면 '나의 삶'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자신의 존재가 아닌 가족의 일부분으로서의 자신만 남게 되는 느낌이 들게 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혼자만의 생각이 되면 좋겠지만, 배우자도 상대방을 볼때 이 사람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그냥 가족의 일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게 될 수가 있습니다. 결국 결혼 했던 상대방은 세상에서 없어지고 그냥 가족중에 한명인 남편만, 아내만 존재하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배우자는 '내'가 좋아서 결혼을 한 것입니다. 이 사람이면 평생을 같이 할 수있겠다(혹은 이 사람의 돈이면, 이사람의 외모면...;;; )라는 생각에서 결혼 한 것인데 그 결혼한 당사자가 삶에 흘러가서 사라져 버린다면 그 결혼 생활은 더이상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삶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스스로의 매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상대방은 '내사람'이라는 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풀어지게 됩니다. 같이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풀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중간 중간마다 스스로 상대방에게 멋지고 매력있게 보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씩은 노력을 해야 하는 필요도 있습니다. 그것이 '나'를 사랑해서 결혼한 배우자에 대한 의무이고, 예의 이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 바탕일 것일 겁니다.
스스로의 매력을 읽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말은 비단 외모만 꾸미라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런 사람은 충분히 매력적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위해서 노력하는데 너무 인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신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소모해 버리는 자신을 아무리 배우자라고 해도 무조건 적으로 사랑만 해주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3. 상대방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혼 이후에 나만 바쁜것이 아니라 나와 결혼한 배우자도 나와 똑같이 바쁜 삶을 살게 되고 정신 없이 지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겠죠.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배우자의 삶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옆에서 끊임 없이 도와주고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자가 삶에 흘러가지 않도록 뭔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꺼리'를 찾아서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요즘은 아이들 때문에 거의 못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호칭대신에 이름을 많이 불렀습니다. 어른들 께서 보시면 좀 안좋아하실 수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자들은 결혼하는 순간 누구누구의 아내,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호칭으로 바뀌면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고,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첫째 녀석이 엄마에게 엄마라고 안부르고 이름을 부르는 불상사가 생겨서리 애들 앞에서는 현준엄마라고 부르고 있지만, 둘이 있을때는 몰래 몰래 부르고 있습니다.

배우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하루에 적게는 30분 혹은 한시간 정도 상대방이 무엇을 하던(드라마를 보던 운동을 하던 누워서 게으름을 부리던) 관여하지 않고 맘 편히 행동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배려해 주는 것도 배우자가 자신을 위해서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만들고 자신의 매력을 만들어나가는 일차 책임은 본인에게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그렇게 노력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자극을 주고 용기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야 상대방이 가진 매력을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 할 수 있고, 그럼으로서 조금이라도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것입니다.



4. 왜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합니다. 덜컥 자녀가 생겨서 결혼을 한다던가 뭔가 전략적인 선택으로 저사람의 돈과 권력이면 내가 평생을 함께해도 되겠어..라는 생각따위가 아니면 '보통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좀더 같이 오래 있고, 함께 살면서, 같이 인생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지 결코 좋고 깨끗한 옷에 맛있는 밥에 좋은 대우를 받고 편안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일 좋고 깨끗한 옷과 입에 맞는 맛있는 식사를 원하고, 안전한 보호와 안락한 생활을 원하시면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이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편한 방법일 것입니다.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어머님 만큼 입에 맞는 식사와 좋고 깨끗한 옷을 마련해 주지 않을 것이며, 이 세상의 그 어누 누구도 아버님 만큼 안락하고 안심되게 나를 보호해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결혼은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행복한것 보다 같이 더 행복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더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스스로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좀 섭섭하게 하거나 챙겨 주지 않는다고 불평과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내가 배우자를 챙겨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행복해 할 수 있고, 내가 배우자를 행복하게 했다는 것에 더욱 행복할 수 있는 자세가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불평과 불만을 가질 시간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공동의 취미나 생활, 아니면 공동의 이벤트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 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 가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5. 나가는글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그리고 두 집안이 만나게 되는 것은 결코 순탄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을때는 더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럴때 있수록 두사람은 우리가 왜 결혼을 하고 같이 사려고 하는지 그걸 잘 생각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만일 둘이 싸우더라도 항상 그날 안에 가정 안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을 것입니다. 사소한 틈새 하나가 나중에는 둘 사이에 커다란 절벽으로 커다란 강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사이의 관계를 위해서 적당한 거짓말은 나쁘지 않지만,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선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이자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서 필사적으로 행복하기 바랍니다. 둘이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데 행복감을 느끼고, 두사람이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는데 행복감을 느끼고, 두사람이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데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순간순간 행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행복은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서 서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결혼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