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은행권 3시 30분 마감에 대하여

dirtybit 2007. 4. 10. 16:29
은행권 3시 30분 마감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은데,
저도 기본적인 입장은 '반대' 입니다.
기본 입장은 '반대' 이지만, 몇몇 생각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끄적여 봅니다 ^^

1. '내가 12시간 일하니까 너도 12시간 일해라' 라는 식의 비판은 곤란합니다
블로그나 댓글들에 보면 그런 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나는 하루에 12시간 일하면서 돈도 조금 받는데 니들은 복에 겨웠냐?' 라던지, '니들이 과로사하면 난 이미 몇번 죽었겠다' 같은 소리 말이죠.
이런식의 논리로 글 올리는 것은 다 같이 죽자 라는 소리 밖에 안될거 같습니다.
감정적으론 해소가 조금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될테니까요.
('내가 매일 10시에 퇴근하니까 너도 매일 10시에 퇴근해라' 라는 사상이 정시퇴근을 못하는 직장 문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빛나는 칼퇴근 꽃피는 노사문화!)


2. 우리 사회가 주5일제로 조금이라도 이동되게 된 배경에는 노조의 역할도 컸습니다
노조 자체를 욕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노조의 행동이 문제이지 노조 자체는 사용자를 견재 할 수 있는 좋은 견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노조들이 너무 정치세력화 되고 자신의 이익만을 대변하려는 단체로 변질되어서 문제이지, 지금의 이나마의(!) 노동환경이 정착되기 까지 노조의 역할도 컸다는 것을 절대로 간과하면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모든 노조가 잘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3. 노조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사용자입니다. 고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노조가 잘못 타겟을 잡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노조는 힘든 근무여건과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마감시간 단축이 필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제가 보더라도 저건 미봉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궁극적인 해결책이란 인원을 확충하여 3부제등의 업무를 진행하거나, 은행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여 정산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거나, 잡무를 줄여 업무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하는게 마감시간 한시간 단축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노조는 사용자와의 저런 힘겨운 줄다리기를 선택하는 대신에 손쉬워 보이는 길인 고객의 희생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사용자측과의 내부적인 물밑거래가 있어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도 증가 수수료 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테니까요)
그 결과로 인해서 노조는 고객들에게 등을 돌리게 된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4. 적정한 인력을 적정한 곳에 배치하여야 최대의 능률과 효율이 나오는 법입니다
정리해고다 뭐다 해서 은행권에서 신나게 직원들 내보내고, 10사람이 할일 담당자 1명 남겨두고 한두사람의 계약직을 인력파견 전문업체를 통해서 쓰고..
결국 그렇게에서 올라간 엄청난 순이익은 몇몇 사람들만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가고,
점점 은행은 어렵다고 수수료인상 및 각종 혜택 없애기를 하는데,
정작 점점 은행 순이익은 높아진다는 소리만나오고...
이게 지금 제가 보는 '은행'이라는 곳의 도덕성과 현실입니다.
직원이 직원답게 일할 수 있도록, 직원이 사람답게 일할수 있도록 연구와 생각을 좀 하시기 바랍니다. 최소 인원으로 몰아붙이고 쪼기만 하면 지금 당장은 주머니에 돈이 좀더 들어오겠지만, 결국은 어떠한 방식으로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길 바라시는 겁니까?
지금 은행에서 군림하는 몇몇 분들께서 은행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신다면,
제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생각을 마시고, 그 황금알을 동네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근무시간을 좀더 줄이고 임금을 조금씩 삭감하고
2~3부제 근무로 좀더 늦게 까지 은행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저같은 직장인들도 은행좀 다녀보겠죠

뭐 생각없는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놔 봤습니다 ^^
이번일을 계기로 좀더 발전적인 방향의 대안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인적인 노동 강도라던지, 12시간 근무제 같은것의 대책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