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엔지니어의 국가관리 - 어느 논설실장님의 거짓말같은 이야기

dirtybit 2007. 5. 31. 10:32

한 신문의 논설실장님께서 쓰신 대단히 멋진 글을 읽었습니다.

한번 읽어보실 분들은 여기를 눌러 가보시기 바랍니다

논설 실장님 말씀대로 현대는 기술 전쟁의 시대입니다.

누가 더 앞선 기술을 가졌는지가 기업은 물론 국가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 전쟁터에 최고 일선에 서서 싸우는 사람들이 엔지니어입니다. 그런 엔지니어들에게 겨우 먹고 살 만큼만 밥을 주고, 무조건 싸우다 죽으라고만 얘기하면서 큰 공을 세우게 되면 논설 실장님처럼 위에서 펜대 굴리시는 분들 혹은 일부 소수 계층만 훈장을 받고 공을 인정 받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누가 싸우다 죽으려고 하겠습니까?


이공계의 현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현실 인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쓴 글 같으니 그런 사람이 알기 쉽게 픽션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글이 좀 길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감정이입이 되어야 겠기에..ㅠ.ㅠ)


한 신문사의 논설실장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글이 인기도 좋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도 잘 되어서 글 쓸때 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그 논설실장의 글을 읽고 칭찬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해당 신문사의 가치도 올라가고 판매부수도 엄청나게 올라가게 되었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논설실장님의 월급은 전혀 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료조사하기 위해서 좀더 빠른 인터넷을 쓸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더니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라면서 임원들만 쓰고 있는 빠른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신간 서적을 요청하였더니 그런거 없어도 좋은글 쓸수 있는거 아니냐면서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다른 부서의 직원들은 회사에 신청해서 '플레X 보이' 같은 전혀 관계없는 책도 맘대로 보고 있고, 임원들만 쓸수 있다던 빠른 인터넷도 맘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논설실장님의 글로 인해서 신문의 판매부수가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진 전부와 일부 다른 부서 사원들만 엄청난 성과급과 스톡옵션을 받았습니다. 아, 물론 그 사람들 고생했다고 회사 경비로 유럽일주 여행도 시켜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어느날은 논설실장님이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평소보다 좀 안좋은 글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신문의 판매 부수도 떨어졌겠고, 사람들이 해당 논설실장님의 글에 실망스럽다는 악플들을 달았습니다. 신문사는 당연히 그 논설실장님을 불러 엄중하게 경고하고 책임을 추궁했으며 - 물론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직을 생각하는 관점에서의 책임추궁을 당했습니다 - 그 결과로 몇개월 감봉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일로 이해 논설실장님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집에도 못가고 다른 아무런 일도 못하면서 글 쓰기에만 집착했습니다. 원래부터 글 쓰는게 좋기도 했지만, 더이상 잘못된 글을 쓰게 되는 경우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의 월급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몇개월 감봉 처리된 월급은 다시 오르지 않고 회사 방침상 감봉된 월급 그대로 고정되었습니다.

 논설실장님이 고생하고 있던 어느날 외국의 A라는 신문사에서 논설실장님의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자신의 회사를 위해 글을 쓰지 않겠냐고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물론 현재 신문사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별도의 비슷하지만 다른 분야의 컬럼을 연재하기로 하고, 100%는 아니지만 문체도 최대한 다르게 해서 올리면 어떻겠느냐는 제의였죠. 그 신문사에서는 논설실장님이 쓴글의 인기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판매부수에 기여한 만큼 그 만큼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기본월급도 기존 다니던 신문사보다 훨씬 많았죠.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 A라는 신문사는 많은 실력있는 논설위원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좋은 글을 쓰는데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논설실장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람답게 인정받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던 논설실장은 외국의 A라는 신문사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기존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기존 신문사는 당신이 나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책하고 책임 추궁하며 논설실장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 했지만, 아무도 A신문사와 같은 조건이나 대우를 약속해 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하면 윽박지르고 겁을 주고 회피를 하여 논설실장을 관두지 못하게 할까만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결국, 많은 어려움 끝에 논설실장은 신문사를 관두고 잠시의 휴식기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A라는 신문사에 가려는 찰라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기존 신문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죠. 기존 신문사에서 논설실장이 썼던 글의 가치가 엄청난 금액인데(어림잡아 논설실장의 월급에 100배에서 1000배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런 글들을 가지고 외국 A언론사에 빼돌릴려고 한다는 혐의 였죠. 그런 가치있는 글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행위는 기존 신문사의 엄청난 자산을 빼돌리는 것이고, 국가를 배신하는 매국행위라고 했습니다. 논설실장은 자신은 A신문사에 가서 다른 필체의 다른 글을 쓸것이기 때문에 관계없다고 항변을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경찰은 해당 논설실장의 집에 있던 컴퓨터와 서재에서 기존 신문사의 글을 쓰기위한 습작물들과 자료조사한 자료들을 - 이건 논설실장이 좋은 글을 쓰기위해서 집에서 밤잠 설처가면서 고민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빼돌리기 위한 자료라고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논설실장은 결국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고, 법의 추궁을 당해야 했습니다. 거기다가 연일 TV와 언론에서 저런 글쓰는 사람들은 국가가 직접 관리해서 외국으로 못나가게, 심지어는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대서 특필하고 있습니다.그 논설실장은 그 이후로 아무런 글을 쓰지 않게 된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그리고, 그런 논설실장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글을 쓰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나라에서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더이상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좋은 글을 쓸수 있는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아무도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신문에 채우기 위해 기존 신문사는 외국의 A신문사에 하루에 논설실장에게 주는 월급만큼의 비용을 주고 기사를 사오게 되었습니다. 매국적인 행위를 한 그 논설실장에게 매일같이 욕을 퍼부우면서 말이죠.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